default/율무
처음
Shin Jaehyun
2018. 3. 12. 14:35
2011년 겨울 혼자 집 앞 마당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웬 조그만 고양이 한마리가 어디 가지도 않고 앉아서는 울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길고양이한테 쥐포를 줘본적은 있는데, 집안에 쥐포도 없고 삼겹살을 가져다 줬죠.;;
녀석이 워낙 배가 고팠는지 그걸 물고 잽싸게 도망을 갔습니다.
몇번 그랬는데, 뭘 줘야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니까, 그냥 먹길래 줬어요.
그리고 한 이틀간격으로 집앞에 자꾸 죽은 참새가 놓여있습니다. 앞마당에 죽은 참새만 여러마리 있어서, '제가 힘들게 잡은거 그냥 나중에 배고프면 먹어라'하고 두다가 마르겠다 싶으면 치우고 그랬죠.
한참을 지나서 어머니께서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모양인데, 갈 곳이 없는가 싶어 마당에 막스를 깔아뒀더니 그리 들어가더랍니다.
그게 이녀석이였어요.
그 녀석이 어느새 어미고양이가 되어있는데, 상자안을 들여다보면 경계하는 소리도 내고, 여전히 좀 날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집안에서 키울 수는 없고.. 그냥 보고 있는데, 저래 나와서 밥먹고, 날이 추우니 그나마 들어갈만한 곳이 보일러실이었는지 그리로 새끼들을 옮기길래
어디서 쉴만한걸 얻어와서 놔줬고,
새끼들은 조금 돌아다닐만.. 하니까 보일러위에도 올라가서 울어대기도 했네요.
길고양이가 오래살지는 못한다던데, 데리고 키우다 죽으면 속도 상하겠고,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한녀석은 옥상에서 죽어있고, 그 옆에 다른녀석은 요래 말라있었어요.
그래도 눈에 띄니까, 딴에는 털이라도 골라주고, 사료도 좀 줘보고 했는데
나중엔 지 어미 사료도 못먹게 고개를 들이밀기도 하고, 한참 자라났습니다. 길고양이는 맞는데, 그냥 우리집에서 밥을 주는 정도... 로 하려고 했죠.
어미 사료를 도저히 못먹게 들이밀고 먹어치우길래 잠시 잡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내려놓아도 문앞에 요러고 버티고 있고.. 다른 고양이들 오면 얘네들 밥 못먹을까 쫓고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참새' 또는 '율무'라고 이름 붙인 어미와 지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