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율무

그 길고양이 율무 집고양이만들기

Shin Jaehyun 2018. 3. 13. 19:12
그 마지막 새끼들을 낳고, 사산을 하고.. 대변도 화장실가서 못볼정도로 기운이 없던 녀석이, 
그래도 새끼들 소리를 듣고 품기라도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볼일도 다 미루고, 녀석을 보고 있다가, 너무 미뤄져서, 하루 다녀오면, 한녀석이 죽어있고.. 어미는 그 한녀석 한녀석들을 각기 다른 상자에 옮겨두어가며 딴에는 품으려고 했겠죠. 

원래, 길고양이가 가엾고, 녀석이 앞집, 옆집, 아랫집, 지나다니는 모든 분들이 이쁘다고 하는 소위 '온동네 고양이' 였기도 했지만, 녀석들의 생태에 크게 간섭은 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실상, 이녀석 처음봤을 때, 집에 들어온 것도 아닐 뿐더러, 그렇다고 강제로 들이기도 그렇고.. 이미 새끼는 낳고, 또 배고.. 그런 와중이었고, 그걸 하나하나 치료해주기에 여의치도 않고요. 

그냥 새끼들 잘 보고, 또 떠나는 녀석들마다 아쉬워하면서 보내고, 그러다, 이녀석이 너무 힘들어뵈는겁니다. 

고민을 하다가, 녀석 상태를 보니, 새끼들을 잃어서 그런건지, 몸이 아픈건지, 기력은 점점 없어가고, 소리도 못낼지경이 되어있는데, 더 고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녀석을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얼추 전해듣기로는 암코양이의 수술이 숫놈보다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얼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100만원은 쉽게 깨진다고.. 

하루는 어찌 사료를 먹고, 물도 마시길래 '괜찮은가...' 살펴보다, 결국 어머니도, 동생도, 저도, 녀석과 나눈 시간도 있고, 녀석이 안보이면 딱히 무뚝뚝한 제가 '어머니를 이녀석만큼 웃게 해드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어쨌든 주머니에 거금이 있는건 아녔지만, 결국 이녀석을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전철을 타면 '된다', '안된다' 라는 얘기도 있고, '버스는 상대적으로 괜찮다.' 라는 말도 보고, '택시의 경우 승차거부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라고.. 당장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져서 결국 동물택시를 이용했습니다. 

택시나 전철에 어떻게 탑승을 한대도, 녀석이 간밤에 움직일 기운도 별로 없어서 이불 위에 대변을 두차례나 놓았는데, 공공수단을 사용했다가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처리가 불편할 것 같았고, 적어도 동물택시라면, '기저귀라든지, 처리할 무언가는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그랬고요. 
집에서 병원에 가기까지, 비용은 2,1000원 이었습니다. 택시운송요금에 추가요금이 얼마 있었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까먹었습니다. 

해당 동물택시의 홈페이지주소는 이렇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야 출발할 시간을 맞춰서 가능한지 여부가 확인이 가능하니, 예약하는게 좋고.. 
제 경우에는 일단 예약을 하고 나니 눈앞에 좀 캄캄해져서 확인전화 왔을 때 요금에 대해서 여쭤봤습니다. 
처음 이용하는경우 쿠폰을 주셔서, 다음번 2,000원 할인이 가능하고, 후기를 작성해서 sns에 올리고, 확인받으면 또 할인이 된다고 합니다. 
-이게 할인을 받을 목적으로 쓰는 건 아니라는걸 말씀드립니다. -

병원은 24시지구촌동물병원이라는 곳을 갔습니다. 
지인의 소개도 있었고, 인터넷에서 평도 나쁘지 않고, '길고양이의 경우 10%할인이 적용된다'라는 얘기도 지인을 통해 들어서, 한두푼 나갈 것도 아닌데, 그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부천에 있는 집에서 근처에 있는 좋은 동물병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검색해서 찾지도 못했고.. 그래도 괜찮았다는 말에 결정했죠. 

해당 동물병원의 링크입니다. 

전화번호 02-869-7582~3
일반진료시간 오전9시 ~ 오후 11시
야간응급진료시간 오후 11시 ~ 오전8시

검색을 하면 바로 나타나는게 아닌지라, 굳이 같이 걸어놓습니다. 별도의 예약을 굳이 하고 가실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혈액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니, '자궁축농증' 과 '다리 염증' 이 심한 증상이었습니다. 
아파서 사료도 안먹었을거라고.. 

새끼를 낳고, 그 와중에 염증이 생겼을 수도 있고, 하다는데, 어쨌든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리의 염증은, 다른 동물에 물린 것 같다고 하시는데, 얘가 새끼를 낳고 난 이후 출혈때문에 뒷다리에 털이 떡이져놓아서 고르다 문게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나마 다행인게, 다른 장기에 염증은 없다고.. (녀석에게 감사하다고 생각까지 되더군요. )

그래서 결국 중성화수술을 하기로 합니다. 
그간 영양 섭취도 못해서, 일단 수액을 맞도록 하고, 약 닷새정도 입원을 하고, 뒷다리의 상처는 그냥 봐주신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비용이 999,700원.. 

어차피 마음먹고 온거라, 그냥 카드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애는 살려야겠기에.. 
수술 잘 받고, 사람도 아닌데, 아프고 힘든거 말도 못할거, 마취도 가급적 편히 하고, 최대한 괜찮게 가게끔..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해주시는건데, 할인을 조금 해드리면..' 이라고 하시면서 10%할인을 정말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899,730원 결제하고, 녀석을 병원에 들여보냈습니다. 

하루 지켜보고, 다음날 수술에 들어가기전, 들어가고 난 뒤 전화가 왔습니다. 
그렇게 밥도 안먹던 녀석이 용케 수술도 잘 받았다고..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녀석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일날 찾아가서 보기는 어렵겠고, 수술 다음날 찾아가서 봤습니다. 

이전같지 않게 눈동자가 크게 둥글고, 놀라기도 한듯하고, 불안해보이기도 하는데, 그래도 쓰다듬어주던 머리나 턱부근을 쓰다듬어주면 찬찬히 눈은 감길래, 그걸로 안심했습니다. 
사료도 안먹고있지만, 강제급여를 해주고 있고.. 
다른곳도 그렇겠지 싶지만, 의사선생님께서 다리부분 치료해주시고, 지금보니 이녀석 씻겨주시기도 하신것 같습니다. 입원실에 식사를 주는 시간도 새벽 3시, 밤 9시 이런식으로 한밤중에도 확인하시고, 일지도 적어두시던데, 그래도 그건 기록이라 확인만하고 왔습니다. 

그렇게 닷새가 흘러, 녀석이 여전히 사료도 잘 안먹고, 어딘가 한곳만 보고 있고, 불안해한다고 하셔서, 하루 더 입원해서 상태를 지켜보고, 오늘 녀석을 데리고 왔습니다. 
건사료도 열몇알 먹었다고 하시고, 활동은 여전히 좀 덜하지만, 유동식도 처음 다 먹었답니다. 그래서 그 유동식도 사오고, 혹여나 이녀석 몸 좀 올라온다고 뛰쳐나갈까봐.. 아쉽지만 하네스도 사왔습니다. 

녀석을 담아갔던 이동장에 담겨 돌아온 녀석은 그래도 소리도 냅니다. 


계속 눈마주치고 보면서 녀석이 불안하지 않게 하느라 주의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동장에서 처음 꺼내보았습니다. 

가기전까지 좋다고 있던 박스.. 새끼들은 다 떠났지만, 자기가 있던 박스도 보고, 

스크래쳐위에 올라가도 보고, 

어렵게 하나하나 이불빨래하고 다시 정리한 제 침대위도 한번 올라가보더니, 

결국 또 제 다리위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두시간 넘게 앉아서 녀석과 새끼들의 이전 사진들 중에 몇개 꺼내고, 이렇게 적고 있는 지금도, 자고 있습니다.


잘 보면 꾹꾹이? 라는 것도 하더라고요. 처음봤습니다.; 그런데 왜 자기발에대고 하는지는.. 모릅니다.;

저도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다리가 저리는지라, 일어나야하는데, 적어도 녀석덕분에 집중은 더 하게 생겼습니다. 주방을 가든, 화장실을 가든, 어딜가든 계속 앞에서 '야옹' 거리는데, 아직 불안하기도 한 모양이고요. 그래도 그렇게 앓고 난 이후로 처음 녀석이 걷고, 소리내는걸 봐서 참 좋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실테고요.

실은 저도 동물에게 '율무', '환자', '애기' 이런 말을 다른사람과 나누고 듣는게 어색.. 합니다.  그냥 어쩌다 보게된 새끼고양이 가엾어서 먹을거 하나 준 이후로 이어진게, 어째 이렇게까지 왔는데, 그래서인지 한참 적응도 잘 안되고 합니다. 

적어도 이제 수술까지 해서.. 다시 그 조그만 새끼들이 집안 헤짚고다니는건 못보더라도, 그냥 이 녀석만큼은 살리고 싶었습니다. 
뭐.. 그리고 녀석이 살아나니.. 좋네요.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지내면서 어머니 행복하게 해드렸으면.. 싶습니다. 

그간의 기록들과, 그간 녀석의 모습들, 요즈음의 녀석의 모습들, 종종 올려두고 보기도 하려고 하고요.